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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선충병과의 싸움,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묻자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26.10.21 10:50 수정 2026.10.21 10:51

소나무재선충병이 동해안에서 내륙으로 번지며 전국적인 산림 재난이 된 지 벌써 오래다. 영천시가 이 싸움의 방식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피해목을 가리지 않고 모두 베어내던 일률적 방제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보전가치를 기준으로 방제의 목적을 달리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하겠다는 「소나무재선충병 중·장기 방제계획」이다. 뼈아픈 현실 인정과 함께 출발한 결단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우선 비용과 결과를 보면 전환의 이유가 분명하다. 시는 최근 3년간 약 74억 5천만 원을 들여 고사목 6만여 본을 제거했지만, 방제전략 수립용역의 진단은 냉정했다. 지금 방제가 필요한 나무가 약 25만 본이고 이를 모두 처리하려면 208억 원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3년의 투입액을 훌쩍 넘는 규모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전부를 막겠다는 ‘전면전’은 지속하기 어렵다. 능력 밖의 목표를 붙들면 우선순위가 흐려지고 성과는 평균으로 흩어진다.
전체 계획의 얼개는 합리적이다. 첫째는 안전이다. 주택, 도로, 등산로 주변의 위험 고사목을 먼저 제거해 생활권을 지킨다. 쓰러지는 고사목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상의 위험이므로 가장 앞에 놓여야 한다. 둘째는 보전이다. 문화재, 사찰과 서원, 마을숲, 보호수 같은 우량 소나무림은 별도 보호대상으로 삼아 예방나무주사와 정밀예찰을 집중한다. 셋째는 차단이다. 확산의 최전선인 선단지역에 자원을 모은다. 넷째는 전환이다. 단목방제를 되풀이해도 효과가 낮은 극심한 피해지는 수종전환으로 숲의 구조 자체를 건강하게 바꿔 간다.
핵심은 ‘지키는 방제’의 강화다. 시는 56개소 4만 9,150본을 보호대상 기초자료로 파악했고, 현장조사를 거쳐 최종 대상을 확정해 「우량소나무림 보호지도」를 만든다. 이 지도는 방제 대상지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근거가 된다. 2027년부터는 보호대상에 예방나무주사를 먼저 놓고 주변 방제와 집중예찰을 연계해 피해목을 즉시 제거하는 상시 보호체계를 갖춘다. 사후 수습 중심이던 방제가 사전 예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셈이다.
다만 선택과 집중은 곧 ‘선택받지 못한 곳’의 존재를 뜻한다. 보호대상과 수종전환 대상을 가르는 기준은 객관적이고 공개적이어야 하며, 포기가 아니라 관리 수준의 차등임을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수종전환 이후의 관리와 예산 확보도 뒤따라야 하고, 인접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공조가 없으면 한 도시의 노력은 쉽게 무력해진다. 시는 2030년까지 단계별 일정을 제시한 만큼, 계획이 종이에 머물지 않도록 연도별 성과를 점검하며 전략을 고쳐 가야 한다.
모든 것을 지키려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재난 대응에서 흔한 실패다. 영천시의 방향 전환은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에 힘을 모으는 지혜로 이어진다.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산과 마을의 풍경이자 역사였다. 그 숲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겠다는 약속이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의 실험이 다른 지자체에도 참고가 되는 모범 사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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