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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날씨와 함께 가을 축제도 막을 내렸습니다. 와인과 한우구이를 비롯한 크고 작은 행사에 관광객이 몰렸고, 거리는 붐볐으며 주차장은 연일 차량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관광도시 영천으로서는 반가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반가움이 곧 성과는 아닙니다. 인파가 빠져나간 거리에 서서 한 번쯤 진정하게 물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 많은 사람이 다녀간 뒤, 영천에는 무엇이 남았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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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동부신문
지역축제의 성적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숫자는 늘 방문객 수였습니다. 몇만 명이 찾았고 지난해보다 몇 퍼센트 늘었다는 식이지요. 물론 사람이 오지 않는 축제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방문객은 중요합니다. 다만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그 숫자는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일 뿐입니다.
관광객 1만 명이 몇 시간 머물다 떠나는 것과, 5천 명이 하루 이틀 묵으며 식당과 숙박업소,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을 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어디서 밥을 먹었는지, 무엇을 샀는지, 잠은 어디서 잤는지, 그 돈이 어느 가게와 어느 주민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가 축제의 실질적 가치를 결정하는 셈입니다. 이제 영천 관광의 성과는 ‘몇 명이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머물고 얼마나 지역에서 썼는가’로 바꿔 읽어야 합니다.
지난 공동축제 기간에 강변공원 행사 공간을 한곳으로 모으고 여러 프로그램을 결합한 시도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한 곳에 몰린 방문객을 주변 지역과 상권으로 흘려보내려는 발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이 임고서원과 보현산쪽으로 이동하고, 다시 전통시장과 면 단위 관광지로 발길을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택시와 대중교통, 음식점과 숙박, 특산물 판매장과 체험 프로그램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관광은 ‘방문’에서 ‘순환’이 됩니다.
주인공의 문제도 짚어봐야 합니다. 외부 업체가 들어와 며칠 장사하고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방문객이 아무리 많아도 지역에 남는 몫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 농어민, 소상공인과 청년 사업자가 축제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그 인연이 행사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축제의 의미는 몇 곱절 커집니다. 축제는 며칠이지만 지역경제는 1년 내내 계속됩니다. 축제가 잠깐의 불꽃에 그치느냐, 일상의 매출로 이어지느냐는 결국 누가 무대에 서고 누가 수익을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축제의 성적표도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방문객 수와 행사장 매출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평균 체류시간, 숙박률, 지역 업체 참여율, 주변 상권 매출의 변화 등을 함께 알려야 합니다. 관광객이 어느 지역까지 이동했는지, 축제에서 알게 된 지역 상품을 이후에도 구매하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런 자료가 몇 년만 쌓여도 영천의 관광정책은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단계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어떤 행사가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됐는지, 어느 지역으로 관광객을 더 연결해야 하는지, 주민과 사업자에게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영천은 이미 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광지를 하나 더 만들고 축제를 더 늘리는 일만이 아닙니다. 흩어진 관광자원과 상권, 주민과 사업자를 서로 연결해 관광객의 이동이 지역경제의 순환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앞으로 영천의 축제를 평가할 때 우리가 더 자주 물어야 할 질문은 어쩌면 이것입니다. ‘몇 명이 왔는가’가 아니라 ‘영천에 무엇을 남겼는가’. 축제의 진짜 성패는 마지막 날 무대의 불이 꺼질 때 결정되지 않습니다. 주민의 가게에 새로운 단골이 생겼는가. 지역의 상품이 널리 알려졌는가. 청년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는가. 그리고 관광객의 기억 속에 ‘다시 영천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남았는가. 불이 꺼진 뒤에도 남는 것, 그것이 축제의 진짜 성적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