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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엄마 손

경북동부신문 기자 입력 2015.07.04 08:24 수정 2015.07.04 08:24

이 명 지 수필가

ⓒ 경북동부신문
재래시장 한 가운데서 어린아이 하나가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엄마를 놓친 모양이다. 좀 전에 엄마 손을 잡고 폴짝 거리며 시장 구경을 하며 가던 모습을 본 지라 혼자된 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인근에 있는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와 아이를 달랬다. 아이엄마가 가던 길을 되짚어올 것을 기다리려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잃고 혼비백산한 어미 하나가 달려와 아이 등짝을 후려치며 야단을 쳤다.
아이도 어미도 그제서야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울었다. 지켜보는 이들의 입가에도 안도의 미소가 돌았다.

등짝을 후려치는 엄마의 손, 지금 저 손맛보다 시원한 건 없다는 걸 꼬마도 알았을 게다. 나도 안다 저 달콤한 손매 맛.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으로 엄마를 따라 닷새 장이던 영천 장날에 간 것 같다. 그곳은 내게 천국처럼 보였다. 한 알만 있어도 행복했던 분홍색 줄무늬 왕눈깔 사탕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솜사탕을 만드는 아저씨가 막대기를 불면 삑삑 소리를 내며 펴졌다 접혔다하는 깃털 달린 장난감도 팔고 신기했다.

온갖 소음으로 왁자하고 낯선 사람들로 북적대는 장마당이었지만 엄마 손을 잡은 내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절대 믿음, 그 손만 잡고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고 그 어떤 곳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으로 신기하고 경이로운 세상풍경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난전 물건을 흥정하고 있는 사이 나는 그만 약장수의 원숭이에게 홀려버리고 말았다. 코주부 가면을 쓰고 쿵쿵 발로 북을 치며 걷는 약장수의 어깨위에 아주 조그만 원숭이 한 마리가 줄에 묶인 채 올려져 있었다. 예쁘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다 생각하며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아뿔싸 엄마가 보이질 않았다. 앞이 캄캄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울음도 지쳐 땅바닥에 주저앉아 꺼억 대고 있을 즈음 사색이 된 엄마가 허둥지둥 달려와 내 등짝을 후려치다말고 철퍼덕 바닥에 앉아 짐승처럼 울었다. 나는 안다 그 알싸하고 통쾌했던 엄마의 손맛을.

지금 나는 누구의 손을 잡고 겁도 없이 걸어가고 있는가? 그 때의 엄마 나이보다 훨씬 많은 나이에 엄마노릇을 하며 사는 지금도 나는 가끔 엄마의 손매가 그립다. 삶에서 길을 잃었을 때,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이것아, 어디로 가는 것이냐?
왜 이러고 있는 것이냐?”며 사정없이 등짝을 후려쳐줄 쓰고도 달콤한 그 손매 맛이. 어머니가 이 세상에 안 계신지 10여년, 여전히 어머니는 그리움이자 위로이자 채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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