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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일반

瑞午 칼럼)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이웃은 누구인가?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15.08.26 16:21 수정 2015.08.26 16:21

방송작가, 중앙초등 7회 졸업, 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 협의회장
본지 논설고문 최 홍 준

ⓒ 경북동부신문
“육영수 여사는 이후락의 정보부장 임명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주일대사 시절 그의 염문설이 육 여사의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육 여사는 박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의 여성 문제에 민감했다. 육 여사는 박 대통령에게 ‘왜 그런 사람을 자꾸 기용하시느냐. 대통령 옆에 둘 사람이 아니다. 내쫓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다. 이후락 본인도 이런 사실을 알고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는 특유의 재주를 부려 본인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을 만한 큰일을 저질렀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는 일이었다.”

현재 중앙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증언록 ‘소이부답’(笑以不答, 2015.7.1.)의 한 대목이다.

1970년대 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고안해낸 것이 남북대화 시도였고, 그것이 마침내 저 유명한 ‘7·4남북공동성명’(1972.7.4.)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박대통령은 ‘대화’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인데, 정보 책임자가 평양을 다녀와서 7개 항으로 이뤄진 남북 합의사항을 내놓았다.

그 핵심은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의 3원칙이었다. 발표 이튿날 7·4공동성명에 관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신민당 김영삼 의원은 “외세 간섭 없는 자주적 통일원칙에서 외세란 무엇을 말하는가. 정부가 이제 북한이 하나의 정권임을 대등하게 인정하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김종필 총리는 “유엔은 외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어쨌건 남북공동성명의 발표는 국제사회에 대해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 또는 ‘정부’가 실존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그래서 이제까지 북한을 승인하지 않던 서방국가들 중 일부에서 북한을 승인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대한민국이 건국 초부터 지켜 온 할슈타인원칙, 즉 ‘대한민국은 북한을 승인하는 나라와 단교한다’는 원칙은 위협을 받게 됐고, 유신체제의 제4공화정은 1973년 6월 23일 ‘외교에 관한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해 사실상 할슈타인원칙을 버리기에 이르렀다.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정책전환의 계기를 마련했고,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권과의 관계가 조금씩 좋아졌다.

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계기로 공산권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공산국가들과 수교를 하게 돼 1990년에는 소련과, 1992년에는 중국과 각각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1991년에는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실현됨으로써 사실상의 북한 실체를 인정하게 됐다. 또한 동시에 남북한 간의 대화가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목함지뢰를 매설해 국군 부사관 두 사람이 크게 다치게 한 도발(8월4일) 사건으로 시작된 군사적 긴장 국면이 25일 전격 타결된 것을 지켜보면서 문득 7·4공동성명의 이면사가 떠올랐던 것이고, 앞으로 남북 사이에 대화가 잘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더 절실하다.
필자는 1960년대 후반부터 KBS 라디오 5분 드라마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이따금씩 썼고, 북한이 6·25 북침설을 퍼뜨리던 1970년대 초중반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의 3부작 라디오 드라마를 TBC에 썼으며, 같은 시기에 대본을 쓴 6·25특집 5부작 다큐멘터리 ‘우리는 증언한다’(KBS-TV, 1976년 6월)가 제4회 대한민국방송대상 대통령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사무총장을 맡았던 2000년 이후로 금강산을 몇 차례 방문해 북한 종교인들을 만났고, 평양까지 가서 공동행사에 참석한 일도 있다.

그런데 이때 하루 일정을 잡는 데에도 순탄하게 진행된 적이 없었다. 대표단을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한나절 기다리게 하고 늑장을 부리는 태도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그들이 이번에는 ‘무박4일’이라는 마라톤회담 끝에 결론을 내리게 됐으니 다행한 일이다.
북측은 남측이 요구해온 지뢰도발 사건 등에 관한 사과 및 재발 방지와 관련해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북한이 주어로 명시된 유감을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은 북측이 요구해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란 조건을 달아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를 기해 중단했다.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해제한 것도 바람직한 일이며, 특히 남북은 현안 외에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고, 이를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반갑다. 아무쪼록 이를 계기로 남과 북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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