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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종합

영천시 예산안 부동의 문제, 협치의 위기인가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24 11:09 수정 2025.12.24 11:12

집행기관과 의회 정면충돌 양상… 주민 피해 불보듯

영천시와 시의회가 2026년도 본예산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인 협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최기문 영천시장이 시의회의 52억여 원 예산 증액안에 대해 부동의 입장을 밝히고 재의요구를 예고하면서, 양 기관 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 경북동부신문
지난 17일 영천시의회 본회의에서 벌어진 상황은 지방자치 역사에서도 드물게 보는 극한 대립의 단면을 보여줬다. 김선태 의장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증액 의결에 앞서 시장의 동의 여부를 묻자, 최 시장은 단호하게 “부동의 한다”고 답했다. 이에 의장은 즉각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11명 중 7명의 찬성으로 증액안을 의결했다. 반대한 4명은 모두 무소속 의원들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방자치법 제142조 해석에 있다. 법은 지방의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용 항목을 설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천시는 이 조항을 근거로 의회의 일방적 증액 의결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회는 상임위와 예결특위의 면밀한 심의를 거친 정당한 의결권 행사라고 맞서고 있다.

시의회가 증액을 의결한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이번 갈등이 단순한 법리 다툼을 넘어서는 지점이 보인다. 화남면 용계리 상수도시설공사(10억 원), 삼창3리 마을진입로 확·포장공사(7억 원), 대창 영창슈퍼 철거 및 도로 확·포장공사(7억 원) 등 총 10건 52억1500만 원 규모의 사업은 대부분 주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들이다.

특히 화남면 용계리 상수도 문제는 시급성을 다투는 사안이다. 6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마을은 관내 유일하게 상수도시설 계획조차 없는 곳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하수에서 비소가 검출돼 음용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주민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의회가 예산 증액을 결정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천시는 증액 사업들이 안정적 재원 대책이 없고 사전 행정절차가 미비해 연내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예산이 이월되거나 불용액으로 남아 시민 세금이 낭비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사업 증액을 위해 기본경비나 민생 직결 사업이 감액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집행기관으로서는 예산 편성권자의 책임을 강조하며 현실적 집행 가능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민들은 “의회가 집행부와의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한 점은 분명한 한계다”며 “영천시도 부동의 결정 이전에 의회가 왜 증액을 요구했는지 그 당위성을 면밀히 살피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계리 상수도처럼 주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선행됐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기문 시장은 “정책과 예산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더욱이 일방적 부동의와 재의요구 예고로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했다. 의회 역시 증액 의결 과정에서 집행부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했다면 이런 극단적 대립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의요구가 공식화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만약 재의요구안이 의회에서 다시 가결되면 시가 대법원에 제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법정 다툼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시민에게 행정 공백이라는 피해로 돌아간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협치에 있다. 시장의 예산 편성권과 의회의 심의·의결권은 대립이 아닌 협력을 위한 장치다. 영천시와 시의회는 지금이라도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용계리 주민들의 식수 문제처럼 시급한 현안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행 가능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법 조항 해석과 정치적 공방에 매몰되는 순간,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시민들이 입게 된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최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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