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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재발견] 400년의 침묵을 깨고 마주한 부부의 연(緣), 영천역사박물관 ‘창녕조씨 문중 역사전시회’ 성료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29 10:13 수정 2026.04.29 10:21

ⓒ 경북동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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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의 유구한 역사와 문중 문화를 재조명하며 큰 관심을 모았던 영천역사박물관(관장 천진기)의 특별기획전 ‘영천 지역 창녕조씨 문중 역사전시회’가 오늘 4월 3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전시는 영천 지역의 유력 문중인 창녕조씨가 수백 년간 간직해 온 방대한 역사 기록물과 서지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특히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기록 뒤에 숨겨진 인물들의 삶과 애환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학계와 시민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 400년 만의 재회, 묘비가 전하는 부부의 사랑
이번 전시에서 가장 화제가 된 대목은 단연 400년 만에 다시 만난 조치우(曺致虞) 선생과 그의 부인 박씨(朴氏)의 묘비다. 각각 다른 장소에 흩어져 보관되거나 잊혔던 두 기의 묘비가 박물관의 세심한 고증과 문중의 협조를 통해 전시장 한복판에서 마주 보게 된 것이다.
조치우 선생은 조선 중기 영천 지역을 대표하는 선비로, 그의 사후 부인 박씨와의 묘소는 전란과 세월의 풍파 속에 멀어져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묘비는 단순히 망자를 기리는 돌이 아니라, 당시의 가족관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결정체”라며, “400년 만에 성사된 이들의 상봉은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숭고한 가족애를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 ‘지산 조호익 선생 문집 초간본’ 등 희귀 서지류 대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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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학술적 가치를 뒷받침한 것은 단연 ‘지산 조호익(曺浩益) 선생 문집’ 초간본의 최초 공개였다. 조호익 선생은 퇴계 이황의 제자로 영천 지역 성리학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그동안 후대 판본은 알려져 있었으나, 발행 당시의 원형을 유지한 초간본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문중에서 보관해 온 수백 점의 고문서, 교지, 간찰(편지) 등이 전시되어 조선시대 영천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동을 입체적으로 증명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 활동 기록과 관련된 문건들은 영천이 지닌 ‘충절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 [전문가 견해] “기록의 힘이 곧 지역의 힘”
이번 전시를 지켜본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문중 기록물이 지닌 현대적 가치에 주목했다.
대구가톨릭대 조순 교수는 “지방 문중의 역사는 결코 한 가문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순 교수는 “영천역사박물관이 보여준 이번 기획은 흩어져 있던 민간 기록물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내어 ‘미시사(Micro-history)’의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라며, “특히 조치우 선생 부부 묘비의 재회는 유물에 서사를 입혀 대중과 소통하는 박물관의 표본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영천역사박물관 천진기 관장은 “조호익 선생 문집 초간본의 발견은 조선시대 영천지역 간행본을 연구하는 데 있어 주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희귀 서지류들이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연구될 수 있도록 박물관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 시민과 호흡하며 마친 전시, 그 이후는?
전시 기간 내내 영천역사박물관에는 문중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학도, 그리고 지역 초·중·고등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전시 도록(圖錄)을 발간하고, 전시된 유물들의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영천역사박물관장은 “4월 30일로 전시의 막은 내리지만, 창녕조씨 문중이 수백 년간 지켜온 정신은 이제 영천의 시민 정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내 숨겨진 역사 보물을 발굴하여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기록물이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길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이정표임을 다시금 일깨워 준 소중한 기회로 기록될 것이다.

[참고] 주요 전시 연혁 및 유물 목록
전시명 : 영천 지역 창녕조씨 문중 역사전시회
기 간 : 2025년 11월 29일 ~ 4월 30일
장 소 : 영천역사박물관 읍성전시실
대표 유물 : 조치우·부인 박씨 묘비, 지산 조호익 문집 초간본, 풍계 조덕기·조희익 등 임란 의병 관련 고서 및 고문서 등 20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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