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뉴스
종합
“하루 24시간이 모자랍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한 지방공무원의 푸념이 과장이 아닌 현실이 됐다. 오는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 준비 업무가 본격화된 가운데, 평소같으면 없었을 굵직한 특별 업무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일선 지방공무원들이 그야말로 ‘업무 폭탄’을 맞고 있다.![]()
ⓒ 경북동부신문
공익직불금의 경우 사업비만 214억 6천만 원 규모로 영천시 내 1만 5,853명의 농가가 대상이다. 소농직불금(130만 원/농가)과 면적직불금을 구분해 지급하는 구조인 데다 신규·관외경작·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 등은 반드시 읍면동을 직접 방문해 대면 신청해야 한다. 창구마다 농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계절이다.
불법시설물 전수재조사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한 달간 진행된 1차 조사 결과 영천시 내에서만 360건의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가설건축물이 140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경작 52건, 그늘막 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조치가 완료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하고, 357건은 여전히 조치 중이다. 경북도 전체 불법시설물이 6,149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장 조사부터 관리카드 작성까지 담당자들의 발품은 끝이 없다.
여기에 고유가 피해지원금까지 가세했다.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소득계층별·지역별로 차등 지급하는 이번 사업은 기초·차상위 가구에 최대 60만 원, 소득하위 70%에게 20만 원이 지원된다. 영천시는 인구감소지역(우대지원지역)으로 분류돼 별도 기준이 적용되며, 요일제 시행으로 4월 27일부터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접수가 진행된다. 행정 창구는 당분간 이 업무로 포화 상태가 될 것이 뻔하다.
문제는 이 모든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읍면동사무소는 애초에 소수 정예 체제인 데다, 육아휴직·교육 파견 등으로 인한 결원이 상시 1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업무는 남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한 면장은 “선거 준비에 직불금 대면 접수, 고유가지원금까지 한꺼번에 몰리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며 “직원들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는데, 결원 상태가 지속되니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담당 공무원 역시 “민원인들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답답해하시지만, 저희도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5월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봄의 풍경은 낯설다. 지방선거라는 4년에 한 번의 이벤트가 돌아오는 해마다 행정 일선이 바빠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사항인 농지 전수조사, 대규모 재난성 민생지원금 지급, 환경 단속까지 같은 해 같은 달에 겹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견뎌내야 하는 것은 결국 정해진 인원에 정해진 월급을 받는 일선 공무원들이다.
제도는 좋다. 지원도 필요하다. 단속도 옳다. 그러나 그 모든 정책의 무게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지쳐 쓰러진다면, 정책의 완성도도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잔인한 4월’은 T.S. 엘리엇의 시구지만, 올해 영천의 공무원들에게는 5월이 더 잔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