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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종합

30년 방치된 제원예술학교 터, 붕괴 기다리나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26.05.13 10:52 수정 2026.05.13 10:55

균열된 외벽 아래 방치된 시민 안전 우려

영천시 망정동 일원, 한때 예술의 꿈을 품었을 구 제원예술학교 건물은 이제 도시의 흉물을 넘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 버렸다. 30년 가까운 세월, 시간의 풍화작용은 건물의 뼈대를 갉아먹었고, 행정의 무관심은 그 틈새에 위험의 싹을 틔웠다.

현장에서 마주한 건물 상태는 처참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외벽 마감재는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깊게 파인 균열은 건물의 수명이 다했음을 소리 없이 웅변하고 있다. 안전 펜스 하나 없는 현장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출입을 허용하며 범죄와 화재, 추락 사고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 경북동부신문
주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저러다 무너지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수 십년째 지켜보는 시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영천시는 사유재산권 침해의 한계와 소유주와의 극심한 의견 차이때문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영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가 당초 해당 부지를 매입하여 철거한 후 공원이나 요양원 등 공공시설로 활용하려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당시 건물 소유주도 감정 평가액에 따른 매각에 동의하며 사업이 탄력을 받는 듯했다”면서 “그러나 막상 사업이 구체화되자 소유주 측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이어 “소유주가 경매 낙찰가의 몇 배에 달하는 무리한 보상가를 요구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며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서 감정가의 수 배를 지급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며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천시는 사유재산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당 토지가 국유림(산림청 소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영덕국유림관리소에 “국가 임야를 점용하고 있는 만큼, 안전 문제가 심각한 건물에 대해 토지 소유주로서 철거 명령 및 강제 집행을 실시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아울러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에 깊이 공감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방치건축물 대장에 등재해 관리하고 건축물 관리자도 별도로 지정해 관리중이며, 소유주와의 재협상을 시도하는 동시에 국유림관리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하루빨리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유재산이라는 이유와 예산의 한계를 핑계로 실질적인 정비나 안전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합당하냐는 문제다. 법은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분명히 마련해두고 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영천 정치권의 침묵이다. 표를 구할 때는 시민의 머슴을 자처하던 그 많던 정치인 중, 30년째 방치된 이 위험천만한 현장에 주목하는 이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중앙 정치의 논리에 매몰되어 지역민의 생생한 공포를 외면하는 사이, ‘민생’이라는 단어는 빛바랜 구호로 전락했다.

정치와 행정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선량한 시민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망정동 구 제원예술대 폐건물 문제는 단순히 도시 미관을 해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영천시의 안전 관리 역량과 지역 정치권의 책임감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번지르한 말의 잔치가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외벽을 막을 강단 있는 행정력과 지역민의 불안을 불식시켜줄 책임 있는 정치의 모습이다.  최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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