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사설

[사설] 완성된 대진표,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26.05.20 09:32 수정 2026.05.20 09:34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우리 지역 대진표가 마침내 한 장의 종이 위에 선명하다. 그런데 선관위가 펼쳐놓은 이 명단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노라면,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보다 깊고 불편한 침묵이 먼저 찾아든다. 영천의 미래를 맡겠다고 손을 든 이들의 이력서에는 우리가 외면해온 것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적혀 있다. 
시장 선거부터 살피자. 더불어민주당 이정훈, 국민의힘 김병삼, 무소속 최기문. 세 후보의 이름은 진작 예고된 것이지만, 3자 구도가 공식화된 순간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영천을 바꿀 수 있는가”여야 한다. 이정훈 후보는 중앙 정치의 바람을 타겠다 하고, 김병삼 후보는 세대교체의 기치를 들었으며, 3선을 노리는 최기문 후보는 성과로 말하겠다고 한다. 다르되, 세 개의 약속이 결국 무엇을 담보하는지는 오직 공약집과 검증 앞에서만 판가름 난다. 화려한 수사보다 그 수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도의원 선거다. 제1·2선거구 모두 경쟁자 없이 현역이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씨앗도 맺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셈이다. 무투표 당선자에게 개인적 비난을 돌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치열한 토론과 검증 없이 자동으로 배지를 달게 되는 이 구조는, 유권자가 대리인을 ‘선택할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는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이는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또 청년과 신인이 정치 무대에 오르는 문이 얼마나 좁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는 전국적으로 2,013명에 달하는 전과 경력 보유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현실이 영천에도 예외 없이 상륙했다. 음주운전과 도로교통법 위반은 이제 ‘단골 메뉴’가 됐고, 근로기준법 위반과 사기·횡령에 준하는 이력까지 나열돼 있다. 이들이 내미는 명함 앞면에는 ‘지역 발전’이 적혀 있고, 뒷면에는 전과 기록이 빼곡하다. 주민의 세금을 감시해야 할 자리에 앉겠다는 사람들이 그 법을 어긴 전력을 갖고 있다면, ‘실수’라는 해명으로 면죄부를 주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재산 명세 역시 복잡한 질문을 남긴다. 수십억 원대 부동산과 예금을 쌓은 자산가와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한 후보가 같은 선거구 명단에 나란히 올라 있다. 재산의 규모가 능력의 척도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재산이 어디서, 어떻게 불어났는지는 반드시 추적해야 할 대목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는다.” 결국 이 경고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차악을 걸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영천의 대진표는, 이제 유권자의 손끝에 그 심판만을 남겨놓고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공보물을 펼치고, 재산 내역을 들여다보고, 전과 기록 앞에서 냉정해져야 한다. 또 무투표로 입성한 의원들에게도 4년 뒤의 성과를 청구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진표는 완성됐다. 그러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저작권자 경북동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