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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24일(음력4월8일) 부처님 오신날을 즈음해서 한의학에서도 과거부터 한약재로 쓰여온 부처손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경북동부신문
모진 바람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절벽 끝, 흙 한 줌 제대로 없는 척박한 바위 틈새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풀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이 찾아오면 스스로 잎을 둥글게 말아 쥐고 죽은 듯이 버티다가, 단비가 대지를 적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푸른 잎을 활짝 펼치며 깨어나는 식물. 바로 ‘부처손’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부처님의 손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부처손은, 한방에서는 약재명을 ‘권백(卷柏)’이라 부릅니다. 한자 뜻 그대로 ‘말려 있는 측백나무 잎’이라는 의미 입니다. 또한 도저히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하여 ‘회양초(回陽草)’, 늘 살아있다고 하여 ‘만년초(萬年草)’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이한 생태 속에 감춰진 한의학의 지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권백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 항문에서 피가 나는 증상과 피를 쏟는 증상, 그리고 부인의 불임증을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헛것에 들린 증상을 없애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탈모를 치료한다”고 덧붙여, 신체적 출혈 증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과 혈행 개선에도 깊이 관여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포제(炮製)의 묘미: 굽고 볶음에 따라 달라지는 두 가지 얼굴
한약재의 매력 중 하나는 가공하는 방법, 즉 포제(炮製)에 따라 약효가 완전히 상반되거나 전혀 새로운 효능을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부처손(권백)은 이러한 포제의 묘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첫째, 생용(生用), 즉 말린 부처손을 그대로 사용할 때는 ‘파혈소징(破血消癥)’의 효능이 전면에 나선다.
성질이 맵고 활발하여 체내에 뭉쳐 있는 나쁜 피(어혈)를 강력하게 깨뜨리고 순환을 촉진합니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생리가 끊긴 무월경 증상, 극심한 생리통, 타박상으로 인한 피멍을 치료하는 데 상용됩니다. 현대 한의학 및 대체의학에서는 체내에 딱딱하게 뭉친 덩어리(종양)를 삭히는 약재로 주목하여, 항암 및 면역력 강화 처방의 보조 약재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둘째, 초탄(炒炭), 즉 부처손을 불에 까맣게 볶아서 숯 형태로 만들어 사용할 때는 약효가 180도 뒤바뀐다.
볶은 부처손은 거칠게 날뛰던 혈액의 흐름을 가라앉히는 ‘지혈(止血)’의 명약이 됩니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변혈, 소변에 피가 비치는 요혈, 그리고 여성의 부정자궁출혈(붕루)을 다스릴 때는 반드시 이 초탄 처방을 활용합니다. 피를 터뜨리던 약재가 불을 만나 피를 멎게 하는 성질로 변화하는 이치는 오직 한의학적 경험과학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