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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본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각 분야별 영천시의 대진표가 마침내 완성됐다.
지방자치 30년을 넘긴 시점, 이번 영천 선거는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엄혹한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후보자들의 전과, 재산, 그리고 경쟁 없이 배지를 달게 된 ‘무투표 당선’ 현황은 유권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천시장 선거는 예상대로 팽팽한 3자 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일찌감치 공천장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정훈 후보(당대표 특보)에 국민의힘 공천장을 거머쥔 김병삼 후보(전 영천시 부시장)와 3선 고지를 노리는 최기문 후보(현 영천시장·무소속)가 정면충돌한다.
일찌감치 예견된 이들의 대결은 이정훈 후보가 중앙정부와 여당의 힘으로 침체된 영천경제를 다시 일으킨다는 논리에 맞서, 김병삼 후보는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반드시 승리해 새로운 영천 시대를 열겠다”며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반면, 최기문 후보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영천경마공원 조성 등 민선 기간 이루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는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무소속의 한계를 실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기세다.
영천시 광역의원(경북도의원) 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제1선거구에 이춘우(현 도의원), 제2선거구에 윤승오(현 도의원) 후보가 무투표 당선 확정됐다.
지방자치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기초의원(영천시의원) 선거구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하지만 선관위가 공개한 후보자 명부를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2명을 뽑는 가지역구에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 최순례 후보, 국민의힘 하기태, 조현우 후보, 무소속 박규면, 우애자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3명을 뽑는 나지역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형락 후보에 맞서 국민의힘 김상호, 김종욱, 서만율 후보와 무소속 이영우 후보가 맞붙는다.
역시 3명을 뽑는 다지역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창호 후보와 국민의힘 배수예, 윤영한 후보, 무소속 김용문, 전종천 후보가 대결을 펼친다.
2명을 뽑는 라지역구는 국민의힘 이갑균, 권기한 후보에 맞서 무소속 김수환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비례대표 후보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상임 후보와 국민의힘 김명희, 김상운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현미경 검증: ‘전과 기록’의 덫
이번 선거에서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의 범죄경력을 가진 후보들이 유독 눈에 띈다. 전국적으로 2,013명에 달하는 전과자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영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음주운전, 도로교통법 위반 같은 ‘단골 전과’부터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횡령 등 파렴치 범죄에 준하는 이력까지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화려한 전과 서류를 보면, 이들이 과연 법을 만드는 의회와 시민의 세금을 감시하는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실수’라는 변명으로 넘어가기엔 민주주의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게 보인다.
자산 현황: ‘수십억 자산가’와 ‘서민 후보’의 괴리
후보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영천 지역구 의원 후보들 중에는 수십억 원대 부동산과 예금을 보유한 알짜 자산가들이 포진해 있는 반면, 일부 후보는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하며 대조를 이뤘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능력의 척도는 아니지만, 부당한 재산 증식 과정이 없었는지는 유권자들이 선거 공보물을 통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무투표 당선’의 그늘: 무혈입성이 남긴 민주주의의 퇴행
이번 영천시 기초의원 선거구 중 일부에서는 경쟁 후보가 없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되는 ‘무투표 당선’ 구역이 나타났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의 의원 정수와 같거나 적을 경우, 이들은 선거 운동도 하지 않고 선거일에 자동으로 당선증을 거머쥐게 된다.
당선자 개인에게는 ‘무혈입성’의 경사겠으나,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명백한 ‘위기 신호’다. 후보 간의 치열한 토론과 검증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면서, 해당 지역구 주민들은 자신의 대리인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심화와 청년·신인 정치인의 진입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는다”
선거는 최선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과정이라는 격언이 있다. 15일 마감된 영천의 대진표는 우리에게 화려한 슬로건 뒤에 숨겨진 후보들의 ‘생얼’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전과가 수두룩해도 정당의 간판만 믿고 나오는 후보, 지역 주민의 검증조차 거치지 않고 의회에 입성하는 무투표 당선자들. 이들을 걸러내고 영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결국 유권자의 날카로운 눈과 손끝에 달려 있다. 이제 공보물에 적힌 재산 형성 과정과 범죄 경력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영천의 도약을 이끄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