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오피니언
사설
민선 8기 체제에 이르기까지 역대 영천시정의 지휘봉은 언제나 행정이나 경찰 등 관료 출신들의 차지였다. 이들의 정형화된 행정 능력은 지역의 안정적인 기틀을 다지는 데 일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행정 논리만을 앞세운 일방향적 소통은 정치력 부재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영천시는 역대 시정마다 크고 작은 반목에 직면하며, 발전 에너지를 내부 갈등으로 소모하는 안타까운 역사를 되풀이해 왔다.
민선 1기부터 7기에 이르기까지 역대 시장들이 예외 없이 임기 중 혹은 퇴임 후 비리 등으로 사법 처리되는 흑역사로 얼룩져 있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영천시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시정의 연속성을 막아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관료 출신의 수장들이 도덕적 해이나 폐쇄적인 권력 구조 속에서 침몰해 간 과정은 영천 사회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태이자 비극이다.
새롭게 영천시정을 이끌게 된 김병삼 시장이 가장 먼저 마음에 새겨야 할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시장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법령을 집행하고 예산을 분배하는 행정가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자리가 아니다.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지역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정치력’과 함께,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청렴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자리다. 정치는 곧 소통의 예술이자 타협의 산물이다. 김 시장은 잔혹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의 소모적인 갈등과 비리가 지역 사회를 흔들지 않도록 탁월한 정무적 역량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발휘해야 한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이른바 ‘내 사람 챙기기’식의 논공행상이나 측근 중심의 폐쇄적 시정 운영이다. 선거 과정에서 공을 세운 이들을 우대하거나 사적인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구태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인사와 정책 전반에서 공정과 투명성을 잃어버리면 시정을 향한 외부의 비판과 잡음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김 시장이 밖으로부터의 시끄러운 소음을 차단하고 온전히 시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변을 엄격히 단속하고 탕평의 자세를 견지하는 데 더욱 유념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직전 최기문 시장 시절, 국회의원 및 시의회와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인해 주요 시정 과제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표류했던 경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정치권이 반목할 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 뼈아픈 반면교사다.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이 유권자들 앞에서 소리 높여 외쳤던 가치는 다름 아닌 ‘원팀’이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실천으로 증명할 때다.
김병삼 시장의 임기 동안 영천시와 국회의원, 그리고 시의회는 오직 영천의 미래와 지역 발전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치와 통합의 정치가 자리 잡고 투명한 시정이 실현될 때, 영천은 비로소 오랜 잔혹사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시장의 세련되고 포용력 있는 정치력, 그리고 청렴한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