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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일반

교육칼럼) 쉽표와 느낌표, 여름방학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15.07.29 16:48 수정 2015.07.29 16:48

부산 동삼중학교 교장, 영천초등 영천여중 출신 김 수 자

ⓒ 경북동부신문
방학은 영어로 베이케이션(vacation)이라 하는데 어원은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로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비운다’는 뜻도 있다. 우리에게는 불어인 바캉스(vacance)로 더 친근한 단어이다. 프랑스에서 법관과 정부관료, 교사와 학생을 위한 재충전의 기간으로 시작되었는데 현대에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휴식과 면제와 쉼의 기간이 되었다.

여름방학은 학생들이 더운 날씨에 버겁게 지켜야 하는 규칙과 딱딱한 형식의 공부형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각자의 방법으로 다음 학기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국가 교육 정책이다.
학교에서는 2학기를 염두에 두고 과제를 부여하거나 학생 개인의 유지보수를 위한 보충수업 등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여름방학 최고의 의미는 마음의 평안을 찾고, 쉬고, 돌아보기 위한 시간이다.
학습과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 아니라 더운 여름 낮에 공부하기가 어려우므로 아침과 저녁시간 등을 활용하여 공부하게 하는 취지로 시행되는 것이다.

그 의미와 취지는 분명히 같은데 여름 방학 기간 동안 부모의 바캉스개념과 자녀의 베이케이션 개념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기술 또한 쉽지 않아 여름방학의 첫 번째 가족 숙제가 그것을 조율하는 일이다.

언제부터인지 어디든 멀리, 되도록 길게, 집을 떠나 많은 돈을 쓰고 와야 한다는 어설픈 개념으로 고급 휴가가 자리 잡고 있는가 하면, 아이들을 위한 휴가라고 하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안전장치도 없이 무작정 시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른도 아이도 바캉스 후유증으로 또 다른 휴식이 필요한 여름방학의 역기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는 과정에서 반드시 뒤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가지게 되어있다.
어디까지 왔는가? 내가 달려온 길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아주 짧은 시간에 확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계획하는 발판이며 쉼은 채움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일찍부터 가르치는 제도적 장치이다.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달콤한 결실의 가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학습과정의 일환이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의 추억은 여치집과 매미채, 뙤약볕의 잘 익은 과일, 소나기가 내린 후 무지개를 즐겁게 환호하던 희망이었다. 아이스박스를 싣고 고속도로의 정체상황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보충수업도 학원 수업도 필요 없는 자연 속의 휴가였다.

전국이 그러하듯 영천은 지금 여름방학이다. 메르스가 종결되고 그간 무척이나 힘들었던 심신을 쉬게 하는 방학이다. 제대로 여름방학을 보내는 기술을 발휘하고 가을을 준비해야 하는 아름다운 휴가의 기간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가슴골에 땀이 송송 맺히는 한 낮의 뙤약볕을 정성껏 대접한 뒤 방안으로 바람을 불러들여라.

방문을 활짝 열어 바람줄기를 끌어들이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방안 깊숙이 스미게 하라. 잠시 서늘한 기운이 잡히거든 책을 펴라.

제대로 된 여름방을 꾸미고 계절을 배워보라. 초록이 짙어 매미소리 울창하고 한줄기 소나기라도 내리거든 무지개를 희망해 보라.

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삶의 기술이야말로 가을의 달고 충실한 열매를 약속받는 것이 아니던가. 잠시 호흡하는 쉼표의 기술은 찬란한 느낌표를 찍게 하지 않던가.
여름방학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다르게 구사할 수 있는 자유이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해석하는 자유이며,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자유로운 시간이다.

죽은 지식이 아니라 훌러덩 벗고 시원하게 등물 하는 살아있는 지식의 자유로운 복장이며 규정을 넘고 정형화된 틀을 깨고 그저 비워보는 바카티오(vacatio)이다.
내 틀 안의 것을 비워 더위를 식히는 기술. 그것이 여름방학의 기술이다.

여름방학(放學),
학습하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여름방(房)의 학(學)이다.
여름 방을 만들어 자유를 얻고 비우는 것을 통해 학습을 하는 여름방학 말이다.
쉼표가 주는 진정한 느낌표를 얻는 여름방(房) 학(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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