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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일반

교육칼럼) 금호강변 소나기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입력 2015.08.12 15:41 수정 2015.08.12 03:41

부산동삼중학교 교장, 영천초등, 영천여중 출신 교육학 박사 김 수 자

ⓒ 경북동부신문
우리 영천이 올해 최고 기온을 드러냈다. 철로는 아지랑이를 만들며 늘어지고 있고, 5일장은 안간힘을 하면서 헉헉거리며 숨 쉬고 있다. 욕심스레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긴소매로 에어컨을 즐기는 빌딩 안의 냉소적 프레온 가스가 수은주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금호강변이 이상기온의 타깃이 된 것이다.

금호강변 사람들은 하늘을 거슬러 달리 계획할 줄 모르고, 다른 이를 크게 탓할 줄 모르는 선량한 강줄기 정신을 안고 살아왔다. 그들은 신작로의 콜타르가 녹아 신발을 벗겨도 크게 태양을 나무란 적 없었고, 여름내 긴 가뭄이 계속되면 서커스단을 불러 대접하면서 살았다. 허접한 각종 약들을, 알고도 사주고 모르고도 사주면서 서커스단 코끼리와 난쟁이를 대접했다.

서커스와 비의 상관관계는 다 자란 뒤에도 수수께끼였지만 그들이 금호강변에 한 보름 천막생활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비가 왔고 그때부터 더위는 한 풀 꺾이곤 했다.

하필이면 이 선량하고 순진한 동네가 지구온난화현상의 이상기온 표적이 되어 이처럼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을까? 속수무책이다. 체온보다 더 높은 바깥 온도를 들이마시며 바깥을 식혀야 하는 이 어색한 호흡법은 도무지 익숙지 않고, 젊은이 보다 노인층이 많이 살고 있는 이곳의 모두는 당황하고 있다. 올해 전국 최고 기온 39.4℃를 찍은 작금의 이 사태는 부채와 선풍기에 의존하던 나약한 노인들을 매몰차게 위협하고 있다.

고향의 태양이여 너무하지 않는가. 준비 없는 이별만큼 준비 없는 폭염은 견디기가 몹시 힘들다. 도시화와 기계화가 만들어낸 오늘의 이 상황을 다급하게 피할 길은 냉방기와 선풍기밖에 없는가. 자연이 주는 것이라 받아들여야 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서는 안 되지만 기기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 폭염의 강은 반드시 건너야 한다. 어쩌면 우리 후손들에게 계속 물려줘야 할 기후인지도 모른다. 지혜를 모아 사는 방식과 삶의 기술을 바꾸어야 한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지 않았던 이기적 편리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무더위를 기회 삼아 냉방기기 회사들이 판매 전략을 숱하게 내 놓고 있는데 우리 고향 영천을 공략하는 모습이 가당치도 않다. 영천시의 대리점과 전자상가에서는 수도권의 각종 할인과 사은품 행사 등을 제외시킨 채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대기업답지 않는 얄팍한 사업수완이며 횡포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전국 매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바로 옆 동네인데도 배송이 한 달 이상 걸린다는 둥, 타 지역과 조건이 다르다고 물으면 본사의 지시라서 어쩔 수 없다는 둥,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한다.

그 본사의 지시에 39.4℃를 찍은 이곳의 대리점과 소비자가 울며 겨자를 먹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 폭염지역을 향해, 바로 이 때다 하면서 판매 전략에 나서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와 배려를 담은 시원한 복지마인드를 가져야 할 시점이 아니겠는가. 전국 최고 기온 지역의 차상위계층의 폭염살이는 어떠한지 관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 많은 직원을 파견하여 폭염지역의 주민에게 빠른 배송을 배려하고 가장 좋은 조건을 신경 써야 하지 않는가.

우리 영천의 모든 분들에게 알립니다. 이제 더 이상 서커스단은 없습니다. 무조건 견뎌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이 억울한 전국 최고 기온을 이겨내야 합니다. 메르스를 이겨낸 지혜로 손을 잘 씻고 위생에 더욱 관심을 쏟으며, 시원한 말투와 쿨한 태도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식혀야 합니다. 시원하게 용서하고 시원하게 양보하고 서로 시원하게 저녁바람을 나눕시다. 해가 기울고 살짝 더위가 꺾이면 강변으로 나가 발을 담급시다. 별이 총총 빛나는 우리 고장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고 희망합시다. 말복과 처서가 임박하였으니 어떤 더위도 절기를 이길 수 없음을 믿고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요즘 같은 날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 원 모자라는 돈으로 얼음과자를 사러온 꼬마에게 허탈한 상실감을 주지 않는 동네가게의 시원한 손해와 에어컨 있는 은행에 별다른 볼일 없이 앉아 계시는 노인에게 물 한잔 건네는 시원한 손길과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을 견디는 한낮의 공사판 인부들에게 건네는 한 장의 물수건이 필요하다. 이것이 서커스단이 몰고 오는 장맛비이며 희망의 소나기다.

영천의 여름살이, 우리 영천의 올해 폭염살이!

우리는 고단한 삶의 긴(永) 강(川)을 살아내는 기술을 강을 통해 배웠던 금호강변 사람들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또한 지나감을 안다. 이미 입추가 지났지 않은가.

소나기 한 줄기 시원하게 내리고 말라져가는 금호강이 춤을 춘다.

아! 멀리 가을이 기웃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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