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세상에 이런 일이~’라 할만큼 큰일이 생겨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느껴왔지만 이건 아닌 것같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져도 이런 상식의 밑바닥마저 무너뜨리는 사건과 마주할 줄 몰랐습니다. 최근 충북 어디에서 전해진 현역 시의원의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적 검증 시스템과 정치권의 도덕적 불감증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상입니다. 이 일은 파렴치함의 극단에 선 한 정치인과, 그에게 무도한 면죄부를 쥐여준 정당의 태만이 합작해 낸 인재입니다. ![]()
![]()
ⓒ 경북동부신문
경찰의 수사 결과 초선인 이 의원은 세종 일대에서 차량과 모텔을 오가며 중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형법 제305조가 규정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하는 엄중한 범죄입니다.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짓밟고, 채팅 앱을 통해 금품과 담배를 매개로 성적 착취를 일삼았다는 혐의 자체만으로도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만드는 것은 범죄 혐의 그 자체보다, 이후 보여준 그의 뻔뻔한 행보입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말 경찰의 1차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신분을 ‘회사원’이라 속였습니다. 지방선거 출마자라는 사실을 은폐한 채 표밭을 일구었고, 기어이 시의원 배지를 가슴에 달았습니다. 수사 기관마저 감쪽같이 속인 이 기만 전술은 공직 후보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조차 내던진 파렴치함의 극치입니다. 표를 구걸할 때는 ‘시민의 일꾼’을 자처하더니, 사법당국의 칼날 앞에서는 비겁하게 신분을 위장한 이중성이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억울하다. 나중에 설명하겠다.” 언론에 남긴 그의 짤막한 변명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는 모습은 법망만 피해 가겠다는 얄팍한 계산에 불과합니다. 무엇이 억울하다는 말일까요. 자신이 저지른 도덕적 파산과 법적 책임 앞에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자기방어 기제일 뿐입니다.
이 참극의 또 다른 주범은 바로 공당의 ‘눈먼 공천 시스템’입니다. 그 정당의 도당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 역시 무책임한 핑계입니다. 정당의 공천은 시민을 대신해 도덕성과 역량을 검증하는 엄숙한 약속입니다. 후보자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차대한 상황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자신들의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력한지를 자인하는 꼴입니다. 겉으로는 ‘송곳 검증’을 외치면서 실상은 당원협의회 활동 이력이나 정당 기여도만을 잣대로 삼아 ‘프리패스 표’를 끊어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상대편 당의 지적대로 이는 부실 검증이 낳은 대참사일 뿐입니다. 시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인물이 뒤로는 미성년자를 착취하는 파렴치한 범죄 혐의로 강제 수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당이 몰랐다는 이유로 면피할 수는 없습니다. 공천의 무거운 책임은 고스란히 정당의 몫입니다.
권력의 단맛은 누리고 책임의 무게는 회피하려는 정치인의 민낯과, 선거 승리에만 눈이 멀어 도덕적 필터링을 게을리한 정당의 태만이 결탁할 때 정치는 시민에게 재앙만 됩니다. 물론 해당 의회가 그 의원에 대한 제명 등 가장 엄중한 징계를 내리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해당 정당 역시 사실관계 파악이라는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철저한 내부 혁신과 시민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참회를 보여야 합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 속에서 상처받는 것은 결국 평범한 시민들 뿐입니다. 정의와 상식, 기본이 안된 이런 지방의회에 더 이상 시민의 신뢰가 머물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사법당국 역시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법의 준엄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뻔뻔함과 기만으로 얼룩진 의원 배지가 우리 사회에 결코 방탄복이 될 수 없음입니다.